세계 최대의 에너지기업인 미국 엑슨 모빌의 정기주주총회가 28일 열렸다. 이날 주총의 관심은 온통 '지구온난화 방지노력 강화 결의안'과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 증대 촉구 결의안'의 채택여부에 쏠렸다. '지구온난화 방지노력 강화 결의안'은 온실효과를 초래하는 물질의 방출을 더욱 엄격히 규제토록 회사측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결의안 지지자들은 회사측이 온실가스 규제강화 계획을 당장 세우지 않으면 영국의 BP나 셰브론 텍사코 등 다른 석유 메이저들과의 경 쟁에서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증대 촉구 결의안'은 풍력이나 태양열 등 재 생가능한 에너지의 사용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보고토록 요구하는 내용으로 돼 있었다. 주주들은 그러나 환경보호론자들의 지지를 받은 이들 결의안을 모두 거부함으로써 경영진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두가지 결의안은 이날 주총 표결에서 20%를 간신이 넘는 지지표 를 끌어모으는데 그쳤다.
리 R. 레이먼드 엑슨 모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측이 환경 보호를 위해 노력해오고 있다고 옹호했다. 그는 또 재생가능 에너지 시장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에너지 소요량 가운데 풍력 및 태양열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안될 것이며 석유와 가스가 주력 에너지원의 지위를 지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주총에서 '캠페인 엑슨 모빌 전국위원회' 간사 피터 앨트먼은 '회사의 가치를 상실시킬 명백한 위험이 있는데도 이에 대비치 않 고 있다'며 회사측을 비판했다.
엑슨 모빌 측은 온실가스 방출을 엄격히 제한하기 전에 연구가 더 필 요하다는 입장이다. 엑슨 모빌의 프랭크 스프로 안전.보건담당 부사장은 정유 및 화학공장 의 효율 향상을 통해 온실가스 방출을 줄이기 위한 자율적인 방안을 시행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엑슨 모빌 측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누그러뜨려 스탠퍼드 대학의 기후연구 기금으로 향후 10년간 매년 1천만달러씩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이날 엑슨 모빌의 주총이 열린 미 텍사스주 댈러스의 본사 사옥 주변 에는 환경보호단체 회원들의 항의시위에 대비해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2003.5.29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