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장들, 부시 거부 교토의정서 우리는 지킨다

2005.06.09 7123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협약을 거부해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지만, 미국 주요 도시의 시장들은 교토협약이 규정한 의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연맹체를 결성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4일 보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그레그 니클스 시애틀 시장이 주도한 지구온난화 방지 모임에는 미국 전역에 걸친 131개 도시의 시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도시들의 면면을 보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진보성향이 강한 도시에서부터 보수적인 풍토의 텍사스주 허스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물론 시장들의 당적은 공화당과 민주당을 망라한다. 35개주에 걸쳐 있는 이 도시들의 인구는 모두 합해 2천900만명에 이른다.
미국 연방정부는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 모임에 가담한 도시들은 오는 2012년까지 지구온난화 방지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수준보다 7% 줄인다는 교토의정서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애틀의 경우 항구에 정박하는 유람선에 대해 디젤 엔진 대신 시가 공급하는 전력만을 사용토록 하고 있고 시의 전력업체는 올해말까지 전국에서 유일하게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고 전력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솔트 레이크 시티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유타주 최대의 풍력발전 설비 구입자가 됐고 뉴욕은 시 공용차량을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쓰는 하이브리드 카로 대거 교체하고 있다.
이 모임을 주도한 시애틀의 니클스 시장은 지난 2월 교토의정서가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발효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지방 차원에서라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토의정서가 발의된 날 이 의정서의 의무를 스스로 지키겠으며 뜻을 같이 하는 시장들과 연맹체를 결성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하는 시장들은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재앙의 가능성을 외면할 수가 없어 연방정부의 방침과는 반대로 자체적인 교토의정서 의무 이행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뉴올리언스와 하와이의 마우이 카운티 등 해변 도시들의 시장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해수 범람,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를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나 뉴욕주 등이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펼친 적은 있지만 100개가 훨씬 넘는 도시의 시장들이 연방정부가 거부한 국제조약을 스스로 이행하기 위해 연맹체를 결성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백악관 환경평등위원회의 마이클 마틴 공보국장은 "교토의정서에 참여했다면 500만개의 일자리 상실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초래했을 것"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은 지구온난화 문제에 관해 경제성장을 촉진함으로써 신기술과 혁신을 이끌어내는 적극적 접근법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2005.5.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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